게시자: sognoscemo | 2010년 8월 29일

TV 밖의 무한도전

“에이~ 저런 게 무슨 무한도전이야, 그냥 도전이지”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매번 했던 생각이다. 어차피 세상만사는 거의 과대포장 투성이이므로 별로 개의치 않았다. 다만 별 고생도 없을 도전들을 하면서 고액의 출연료를 챙겨간다고 생각하니 밥벌이 참 편하게 한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예능프로를 좋아하고 무한도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9월 4일의 무한도전을 놓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주 편에 이미 앞으로 흘릴 눈물을 충분히 예고했기 때문이다. 프로레슬링에 도전해보겠다고 했다가 한 출연자는 뇌진탕 판정을 받으면서도 일어섰고 가르치는 선생은 갈비뼈에 금이 간 상태로 시범을 강행하다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일년전부터 준비했다던 이 프로젝트는 최근까지 연습을 미적거렸던 모양이다. 그것도 당연한 거다. 기술의 난이도가 일반 아마츄어가 하기엔 ‘작정’만으로는 어려운 수준이었기 때문이고 까딱 잘못하다 사고라도 나면 인생길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식했을 것이다. 약속한 날짜는 다가오고 표는 매표시작 1분도 안되서 장충체육관이 매진을 기록했다니 와도 너무 많이 와버린 거다. 하긴 해야겠는데 준비는 안돼있고 겁은 나고… 화이팅을 너무 심하게 하다 뇌진탕에 갈비도 나가고… 어찌보면 예고된 사건들이다. 이미 녹화까지 다 마친 상황이니 무사히 실전을 마쳤겠지만 지난 주 마지막 리허설 방송을 보다 “저거 저러다 예능 도중에 사망하는 역사적 순간이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다음주 본방송을 보면서 십중팔구 감정이입 가벼운 나는 또 눈물을 흘리겠지만 내가 무한도전을 보면서 드는 안쓰러움의 본질은 그 레슬링의 고통 때문이 아니다.

고통에 뒹구는 출연자들을 보면서 일부 네티즌들이 “이제 그런 건 하지 말라” 말하지만 그런 무모한 액션은 장담컨데 앞으로도 계속 된다. 이유는 물론 시청률이다. 하지말라 하지말라 하면서 결국은 보기를 원하는 우리들의 이중성은 결국 이 사회에 한계없는 경쟁을 강요한다. “안할래? 그럼 채널 돌린다?” 출연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그걸 감수해야 한다. 그 고통을 감내하고 대신할 예비출연자들이 뒤에 줄을 섰기 때문이다. 이 무한경쟁의 심각성은 이미 인권을 넘어섰고 목숨까지 넘어섰다. 공기관이나 단체에서 벌어지는 풍경들을 보면 그 나라의 평균이 보이게 마련이다. 한국사회가 공중파 방송기관 뿐만 아니라 각 기관들이 철처하게 인맥과 돈에 얽힌 거대한 울타리로 이루어진 사회라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런 거대한 조직속에서 그나마 몸 망가뜨리며 출연료 챙겨가는 연예인들은 그나마 나은 거다. 아직도 수많은 연예인들과 스텝들이 기본 보수조차 제대로 못받고 일을 한다. 그 못받는 돈들이 모여 일부 연예인들에게 거액으로 몰리는 방송 시스템,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돈받고 몸 망가지는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의 왠만한 도전은 그냥 ‘도전’일 뿐이다. 막말로 그 출연자들에게 “보수 제대로 받지 말고 몇년을 일해보라” 한다면 아마도 “여태 해본 도전중에 제일 심한 도전”이라 말할 지도 모른다. 막말로 별 볼일 없는 보수로 막연한 일을 하느니 차라리 레슬링이라도 해가며 돈 챙기는 게 더 나은 법이라는 말이다.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참아야 하는 예능, 돈이라는 한가지를 위해서 모든 걸 희생해야 하는 이 사회의 막장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오늘 인터넷 뉴스를 보니 ‘한국 방송 영화 공연 예술인 노동조합’이 미지급된 44억원에 대한 항의로 촬영거부에 들어갈 결의를 했단다.

예능이던 현실다큐던 이 사회는 왜 이런 무한도전을 피할 수 없는 것인지… 다음주 무한도전을 보면 또 마음이 답답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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