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sognoscemo | 12월 5, 2010

謹弔

근대 한국사의 치열했던 독재시절을 거치던 때, 세상일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라면 ‘리영희’ 교수가 누구인지 알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정치범으로 감옥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던 그시대, 흐르는 시간과 함께 드는 나이를 이기지 못하고 ‘융통성’이라는 자기합리화로 이념의 보수화를 포장한 수많은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을 평생 꾸짖었던 그가 결국 세상을 떠났다. 전쟁위기설에 가려져 잘 보이지도 않는 그의 죽음에 관한 초라한 조각기사를 보고 잠시 지나온 세간의 시간들을 생각해본다.

내가 그의 책들을 처음 접했을 때와 지금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정치수준과 인권의 문제는 맴돌이를 계속중이다. 아직도 재벌가 주변에선 ‘한대에 백만원’이라는 이름의 기가막혀 말도 안나오는 ‘맷값’이 여전히 존재하며, 서울시장이라는 작자는 애덜을 무료로 밥먹이자는 걸 두고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소리를 하고 앉았고, 정부는 북한의 포격에 어떤 언행을 해야할 지 기본 개념도 없는 상태다. 땅을 갈아엎고 건물 세우는 추진력은 세계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기가 막힌데 사회정의에 대한 머릿속 이념들은 아직도 천박하기 이를 데 없다. 리영희 교수가 평생 진저리를 쳤던 한국의 보수는 ‘보수’라는 고상한 이름도 붙이기 아까울 정도로 동네 창피한 계층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한국의 보수를 생각하면 시간의 힘이 이렇게도 무색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랄 따름이다.

“내 책이 더 이상 팔리지 않아 인세가 0원이 되는 게 소원”이라던 그는 결국 꿈을 이룬 것일까? 적어도 겉으론 세상이 많이도 변해서 그의 책은 거의 읽히지 않을 것이므로 한편으론 꿈을 얼추 이루었다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사회는 여전히 그의 이념적 채찍질을 필요로 한다.

내 책꽂이에 여전히 머물러있는 그의 두권의 책이 오늘따라 서글퍼 보인다.

부디 좋은 곳에 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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