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에서 모범교사로 선출된 초등학교 교사들이 서유럽 몇나라 학교들을 방문하는 연수를 왔다. 이곳 나라에서 예정된 방문학교는 두군데, 첫번째 학교의 시설을 보더니 일부교사들이 시설이 왜 이러냐며 한국이 훨씬 좋다는 말을 연발한다. 사람이 모이는 곳의 분위기는 자주 생각없이 입밖으로 말을 내뱉는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법이다.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외국의 교육현장을 해석하고 싶은 교사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흘러가는 전체적인 분위기에 굳이 태클을 걸지 않으려는 것도 한국인의 정서일 게다. 결국은 이 먼 곳까지 올 필요도 없이 한국에서 그냥 인터넷만 두르려도 알 수 있는 형식적인 질문들 몇가지를 끝으로 방문은 끝났다. 후에 구성원 중의 한명이 내게 와서 슬쩍 요청을 건낸다. “내일 방문은 그냥 취소시키고 관광으로 대체하면 안될까…?”. 그 중엔 개인적인 자리에서 내게 양심고백을 하는 교사도 있었다. 들들 볶는 상층부의 명령에 충직한 종일 수록 모범딱지가 붙는 것이고 그 딱지를 검어쥔 자들은 연수라는 이름의 여행보너스를 받는 것이란다. 그러면서 자신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란다.
따지고 보면 제도권이 요구하는 걸 거부하며 사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교사들은 교사인 동시에 학부모이며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노동자인 게다. 학생들 가르치랴 자녀 교육시키랴, 또 게다가 학생들 가르치는 일 이외의 온갖 잡무에 시달려야 하는 게 한국의 교사의 현실이라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교육자로서의 기본적인 양심이 있다면 선진국 교육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지리멸렬한 수준일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리 한국의 앞선 테크놀로지아 시설속에서 애들을 가르친다 한들 시설 하나만 보고 외국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아무리 보너스식 해외연수라 할 지라도 예정된 방문지를 취소하자는 요구를 할 정도면 교육자로서의 기본적 자질문제에 해당한다는 말이다.
콜로세움 앞에서 기죽을 거 없다며, 저 거대한 건축물은 일면 라틴족 선조들의 잔인함을 대변할 수도 있다는 내 말엔 고개를 끄떡이다가도 고대의 테크놀로지아가 모든 걸 긍정적으로 대변하는 게 아닌 것처럼 테크놀로지아를 지향하는 한국사회와 그 대기업들도 마냥 좋기만한 건 아닐 것이라는 말엔 썰렁한 반응들을 한다. 한국축구가 일본을 이기면 뭐하냐, 다수의 축구선수가 생업이 어려운 환경속으로 내던져지는 게 한국축구의 현실이라는 말조차 불편했을 것이다.
박지성, 김연아같은 선수가 많이 나오는 것이 한국스포츠의 발전을 대변하는 것이다.
서울대, 포항공대의 엘리트들이 힘을 발휘하는 것이 한국교육의 발전을 대변하는 것이다.
삼성, LG가 외국에 많이 알려지는 것이 한국경제의 발전을 대변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살다보면 이런 그릇된 개념에 자꾸 세뇌당한다. 다수의 처절한 희생은 안중에도 없고 소수의 세계화가 국가를 살릴 수 있는 지름길이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 난 해외에서 수많은 한국 여행객들을 상대하며 이 문제를 매번 뼈저리게 느낀다. 모르긴 해도 현실을 무시한 이상적 망상이라며 세뇌당한 구성원다운 말을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뿐만 아니라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사에는 선입견을 뒤엎은 실천으로 세상을 바꾼 일들이 의외로 많다. 핀란드의 교육이, 브라질의 정치가 일궈낸 기적은 이룩한 게 기적이 아니라 실천을 결정한 게 기적이라는 걸 우리에게 가르친다. 우리는 언제쯤에야 기득권층과 제도권의 논리로부터 세뇌된 편견들을 벗어날 수 있을까?
내게 개인적 양심선언을 했던 그 교사는 교감으로의 승진을 앞두고 있는 어른이었다. 그 교사는 명함이 없었는지 조그만 종이쪽지에 이름과 전화번호 두개와 메일주소와 간단한 자기소개등을 빽빽하게 적어서 내게 건냈다. 고작 안내하는 일을 하는 내게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낮추는 행위를 하다니… 역시 양심고백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게다.
참 그렇죠… .양심고백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남이 요구하지도 않고 캐내지도 않는데 내 약점을 밝힐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이노무 나라에서는 그런 행동을 하면 ‘양심적인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기 보다 ‘바보’라는 소리를 듣는 것 같습니다.
후우. 슬픈 세상입니다.;
By: 긁적 on 2월 10, 2011
at 10:51 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