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sognoscemo | 6월 7, 2011

반값 등록금, 반값 촛불

반값 등록금을 위해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올 차비를 하는 수많은 대학생들을 보며 이땅의 교육문제가 바로 서는 중이라던가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 다시 일어서는 중이라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착각이다. 대의의 진정한 가치는 ‘나’와 관련한 일이 아닌 ‘남’에 관련한 정의를 두고 목소리를 높일 때 그 실체를 드러내는 법이다.

기득권자들은 매정할 지언정 바보가 아니다. 다수를 열받게 하지 않으면서 몰래몰래 뼈를 갉아먹는 요령은 그들의 주특기에 해당한다. 최악(?)의 경우 그들은 등록금을 껌값만큼 디스카운트 해주는 대단한 자비로움으로 애송이들의 울음 섞인 구걸을 달랠 것이며 기득권 없는 다수의 바보들은 그 껌값이라도 얻은 게 어디냐며 촛불을 내릴 것이다. 그 껌값이 무슨 대수냐, 우리가 원하는 건 그런 사탕발림이 아니었다며 끝까지 외로운 외침을 할 목소리들은 예상외로 적은 수가 될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를 교육의 개혁에 당장 급한 내 인생 하나를 희생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쳐서 작은 돌조각이라도 하나 떨어뜨렸다면 이젠 어서 졸업장 따는 일에, 논문 쓰는 일에 남보다 먼저 몰두하는 게 더 급한 상황인 것이다.

원래 우리는 정치인의 공약으로서의 ‘반값등록금(하는 척)’이 아니었다면 등록금이 지금의 두배가 된 들 팔자타령만 하며 고분고분 돈을 갖다 바쳤을지도 모른다. 쉽게 말해서, 아무리 당선되기 위한 거짓말이라도 왠만하면 참겠는데 가뜩이나 비싼 등록금을 갖고 두배나 뻥을 튀기는 뉘앙스를 풍기는 쇼는 그냥 넘기기엔 자존심이 너무 상하는 심리상태인 거다. “야 이 개자식아, 반으로 할인해 주는 건 기대도 안할테니 단돈 몇만원 깎는 시늉이라도 좀 해봐라 이 자식아, 그 잘난 명품도 때가 되면 세일 들어가는데 너넨 가만 보니 세일이 없네? 이런 개 호로자식!!!…”

지금보다 훨씬 정치의식이 강했던 과거에도 등록금이라는 명제는 그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출세를 위한 달콤한 채찍이었다. 세상이 달라졌다 세상이 다양해졌다 아무리 떠들어도 우리의 대학은 여전히 거대한 자존심으로 우뚝 서있다.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무도 하늘나라에 들어갈 자가 없나니’… 이 땅에서 대학은 성경에서 말하는 예수와 같은 존재다. 대학을 통하지 않고는 여전히 삶의 공감된 가치를 부여받지 못한다. 대학은 사람답게 살기위한 필수적인 통과의례이며 불변의 진리인 거다.

취업에 관계된 게 아니면 공부를 안할 대학생들,
학교주변 박터지는 유흥업소를 대학의 낭만이라 여기는 대학생들,
교수에게 잘 보이려 아첨하는 대학생들,
돈많은 신랑 이쁜 신부 얻으려면 대학이 필수라 여기는 사람들,
대학등록금엔 욕을 하다가도 결혼하면 지자식들 사교육엔 열을 올릴 부모들,

이중 진정한 진보는 아무도 없다.

등록금이 오르는 건 대학의 배불리기 욕심때문이다.
대학의 배불리기 욕심은 가격을 올려도 지원자가 줄지 않기 때문이다.
지원자가 줄지 않는 건 삐뚤어진 사회구조 때문이다.
지원자가 줄지 않는 또다른 이유는 아직도 우리 마음속에 출세욕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출세욕망을 극복하지 못하는 건 우리가 그만큼 진정한 진보에 대한 뼈저린 인식이 없기 때문이다.
사학재단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 건 서민들의 그 얄팍한 출세욕망을 이용해 평생보험 사업을 벌이기 때문이다.

대다수는 “등록금 내려!” 외칠 것이다.
그게 문제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는데 등록금만 가지고 언성을 높인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그런다, “나는 진보주의자”.
촛불이 항상 위대하지 못한 건 이런 이유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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