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죽고나서 개떡같은 대통령을 경험해보니 이제서야 노무현이 우리에게 얼마나 과분한 대통령이었는지를 알았다며, 그를 과소평가 했었다며 고백하는 사람들이 많다. 난 갑갑한 것이, 그 무수한 저질정치를 경험한 세월이 하루이틀도 아니거늘, 그 긴 세월 내내 노무현이라는 사람의 걸어온 길을 보아오고도 그가 그 위치에서 얼마만한 번뇌를 겪었을 것인지를 뒤늦게야 알았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걸 그 시절에 아는 것이 정말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
대학 등록금이 미쳐가는 걸 보며 더이상 못참겠다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 기실 그 미친 등록금은 언젠가는 터지고야 말 시한폭탄 같은 거였다. 삐뚤어진 사학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그 등록금은 애초부터 점점 미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돌연변이와 같은 거였다. 이후 삐뚤어진 사학구조의 수많은 부작용과 비리에도 대부분은 눈하나 깜짝 안했었다. 그 심리적 기제를 건드리는 건 매우 불편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배우자는, 내 자식만은, 우리 사위만은 일류대 출신이었으면 좋겠다는 욕망 말이다. 사학의 비리가 터진들 뭔 상관이리, 내 자식만 평안히 졸업하면 그만인 것을, 내가 괴성을 지른다고 달라지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 최근 “이젠 도저히 못참겠노라”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사학구조 바꿔보자”가 아니라 “할인 좀 해다오” 라며 구걸하기 위해 말이다. 내가 그 시위에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 이유가 그거다. 얼마의 세월이 더 지나야 사학구조의 변화 없인 등록금 인하를 외쳐봐야 무용지물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인가, 그걸 알게 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오세훈을 쫒아냈다고, 무상급식 하게 됐다고 좋아할 것도 별로 없어 보인다. 이명박만한 전과기록이 있는 것도 아니니 왠만한 찌질한 과거는 그저 눈감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언행을 두고 판단을 보류하는 건 처음 두어번이면 족하다. 1500만명의 인생을 좌지우지 해야하는 서울시장이라는 사람이 무엇을 위해 일할 사람이라는 걸 아는 건 몇달이면 족하다. 국가의 번잡한 숙제가 산처럼 쌓여있는 판국에 각종 전시행정의 치적에 눈먼 인간이라는 걸 아는 건 어려운 게 아니다. 오세훈이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바보는 아닐 것이다. 전시행정을 치적으로 착각하는 국민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 길을 택한 것이다. 보라, 별 실속도 없이 갈아엎은 청계천의 시각적 변화만 보고 “그건 잘했다” 과대평가하는 눈먼 대중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그런데 그 허우대만 좋은 서울시장을 하야시킨 결정타가 웃기다. ‘내 자식 공짜밥 먹이기’… 생각해보라, 친인척들의 부동산 값을 올리려고 국토를 갈아엎는 대통령은 멀쩡히 있는데 고작 애덜 밥은 안먹이겠다고 하는 서울시장은 물러나는 이 상황 말이다.
행여 오세훈의 하야를 두고 국민의 수준이 이만큼 높아졌다며 과대평가를 할까 걱정된다. 아직도 대한민국 대중의 수준은 돈에 목숨걸고(등록금) 밥그릇에 목숨거는(급식) 수준일 뿐인 게다. 국토를 갈아엎어도 조용한 이유는 구세대의 머릿속엔 아직도 삽한자루 쥐고있는 박정희의 망령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며, 언젠가 그 4대강 때문에 터져나올 부동산의 잔인한 편중과 그로인한 내 돈과 밥그릇의 위기가 닥치는 그날에야 비로서 “그러게 누가 강을 갈아엎으라 했냐”며 거리로 나올 것이다(이미 늦었다, 이명박은 그 부동산의 대궐에서 우아한 서민으로 살고있을테니까).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선 칼날같은 날카로움으로 ‘사람 볼 줄 안다’ 스스로 과대평가 하면서도 나라를 이끌어갈 사람들과 그들이 벌이는 일들에 대해선 기준이 흐리멍텅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